서울 재건축·재개발: 건설사 수주 경쟁, 36조 시장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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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부산 등 도시정비사업장에서 대형 건설사 간 경쟁입찰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수주전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한동안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하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지난해 선별 수주로 인해 줄어든 곳간을 다시 채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에선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해 수주 경쟁을 벌였다. 올해 처음으로 성사된 대형 건설사 간 경장입찰이었다. 두 건설사는 개발이익 7억원 보장, 이주비 5억원 제공, 분담금 2년 유예 등 앞다퉈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지난 23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소유자 533명 중 295표를 받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결정됐다. 경쟁사 대우건설은 230표를 획득했다.
다음 수주전은 부산에서 열릴 전망이다. 부산 재개발 최대어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에선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해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그동안 클린수주·선별수주 기조 아래 수주에 소극적이었던 삼성물산이 경쟁입찰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올해 공격적인 수주활동으로 도시정비사업 실적 1위를 차지한 포스코이앤씨가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촉진2-1구역은 부산에서 가장 큰 공원인 부산시민공원 주변을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지상 69층, 1902가구 규모로 공사비만 1조1321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줄어든 곳간 채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올해 건설사들은 소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21년 29조1760억원에 이어 지난해 40조3050억원까지 늘었던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올해(29일 기준) 19조2148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포스코이앤씨(4조5988억원)와 현대건설(3조7613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2조원 아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자체사업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가운데 공사비 관련 표준계약서 작성 등 정비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일부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 동결과 내년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시장을 옥죄던 금리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다시 수주 활동에 시동을 거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현장에 방문에 조합원에게 눈도장을 찍는 등 수주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송파구 ‘가락삼익맨숀’에서 지난 21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는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동부건설, 효성중공업 등 8개사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 이곳은 공사비만 6340억원 규모 대형 사업지로 건설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업지다. 입찰 마감은 내년 2월 26일이다.
이어 26일 열린 송파구 ‘잠실우성4차’ 현장설명회엔 현대건설과 DL이앤시,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등 5개사가 참석했다. 잠실우성4차는 공사비 3580억원 규모 재건축 사업지다. 향후 잠실우성 1·2·3차도 재건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잠실우성4차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현재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가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내년 2월 26일 입찰을 마감한 뒤 4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건설사를 뽑을 예정이다.
업계에선 용산 등 한강변 사업장도 수주격전지로 꼽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에선 한남4구역과 한남5구역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남4구역은 조합원 수가 적어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남5구역은 평지에 위치하고 강변북로와 맞닿은 한강변 인접구역도 넓어 입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물산과 GS건설, DL이앤씨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압구정과 여의도·성수전략정비구역 등에서 한강변 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서울 강남이나 한강변 등 주요 지역에서 일감이 많이 나올 예정이다”며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에선 수주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원점 재검토로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점도 다시 수주 활동에 나선 요인으로 꼽힌다”며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 경색이 여전한 만큼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대형 건설사 위주로 수주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